[성모 발현과 성인 이야기]
성 시몬 스톡에게 스카플라를 주시는 성모
티에플로, 브레라 미술관, 밀라노, 이탈리아. 1721-1727
영국 잉글랜드(England) 켄트(Kent) 지방의 에일즈포드(Aylesford)에서 태어난 성 시몬 스톡(Simon Stock, 1165-1265년)은 처음에 은수자로 지내다가 예루살렘을 순례하던 중 가르멜 회원이 되었다.
가르멜 수도회는 구약의 예언자 엘리야와 엘리사가 팔레스티나의 가르멜 산에서 경건한 생활을 하며 기도에 전념한 것을 본받으려는 은수자들이 그곳에 모여 은수생활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13세기 이슬람 사람들로 인해 가르멜 산에 있던 수도자들은 그곳에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되자 팔레스티나를 떠나 몇 명씩 나뉘어 유럽 여러 나라에 정착하여 수도회를 세워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내외적으로 많은 반대에 부딪혔고 많은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시몬 스톡은 고향 켄트로 귀향하여 수도원을 세우고 수도 생활을 계속 하였다.
1246년 영국 케임브리지 가르멜 수도회 총회에서는 시몬 스톡을 총장으로 선출하였다. 총장이 된 그는 수도회의 확장을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함으로써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에 새 수도원을 건설했고, 규칙을 개정하여 교황 인노켄티우스 4세(Innocentius IV)의 승인을 받았다.
가르멜 수도회 확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
그 밖의 시몬 스톡의 생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많이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초창기 자료들에서 일평생을 거룩하게 산 인물로 적고 있으며, 사후에 여러 기적이 일어났다고 전하고 있다. 비록 문헌상으로는 연도가 나와 있지 않지만, 시몬 스톡은 5월16일에 선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몬 스톡은 가르멜회의 제5대 혹은 제6대 총장(약 1256년~1266년으로 추정)이었으며, 1265년 5월 16일 프랑스의 보르도에서 선종하였으며, 유해도 그곳에 안장되었고, 1951년에 그의 고향 에일즈포드로 옮겨져 재 안장되었다.
시몬 스톡에 대한 초창기 문헌 자료중 1400년경에 기록된 요한 그로시의 ‘푸른 숲’이란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가르멜 수도회에 대해 극심한 반대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몬 스톡은 성모님께 의지하고 도움을 간절히 구하였다. 1251년 7월16일 성모 마리아는 천사들의 무리를 대동하고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때 성모 마리아는 갈색 스카플라를 손에 들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 수도회를 위해 이 스카플라를 받아라. 이는 내가 너와 가르멜 산의 자녀들을 위해 얻은 특별한 은총의 징표이다. 이 스카플라를 죽는 순간까지 착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는 특권을 누릴 것이며, 죽은 후 첫 번째 토요일에 내 도움을 받아 천국에 이르리라. 이는 구원의 휘장이며, 위험으로부터 지켜 줄 방패이며, 특별히 평화와 보호를 약속해 줄 것이다.”
갈색 스카플라에 대한 계시와 특전은 교황 요한 22세, 교황 클레멘스 7세, 교황 레오 13세를 비롯한 여러 교황에 의해 인정되고 인가되었다.
본래 성모 마리아가 특전으로 약속한 것은 가르멜회 수도자들에 한해서였다. 하지만 16세기에 들어서면서 가르멜 수도회는 갈색 스카플라를 평신도들에게도 나누어주기 시작하였으며, 점차 대중 사이에서 준성사로서 큰 호응을 얻게 되었다.
갈색 스카플라는 구원을 보증하는 표지
갈색 스카플라가 지니는 의의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갈색 스카플라는 성모님께 대한 봉헌의 표지이다.
갈색 스카플라는 단순한 옷이나 천이 아니며, 스카플라를 입음으로써 성모님의 특별한 사랑이 나의 전 존재를 감싸고 나를 성모님의 것이 되게 한다. 이 천상의 옷을 입는 것은 성모님 안에서, 성모님을 통하여, 성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표지가 되며, 하느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당신의 특별한 자녀로 삼으셨다는 표지가 된다.
둘째, 갈색 스카플라는 구원을 보증하는 표지이다. 성모님의 옷인 갈색 스카플라를 입는 순간부터 나는 특별한 방법으로 성모님께 봉헌되는 것이며 성모님의 보호와 중개를 받는 특별한 자격을 갖게 된다. 그로써 스카플라는 나의 구원을 보증하는 성모님의 확실한 표지가 된다.
이렇게 스카플라를 착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특전은 반드시 내적인 신심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이 스카플라로 인한 은총에 믿음을 가져야 한다. 단지 스카플라를 착용하는 자체만으로는 그에 약속된 은총을 얻을 수 없으며 그것의 효력은 없다. 스카플라는 영적 효력을 교회의 간청으로 얻고 이를 표시하는 거룩한 표징들로 정의되는 준성사이며, 준성사는 믿음과 기도의 내적인 준비에 의해 그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카플라를 착용하기 전에 사제의 축복을 먼저 받은 후 착용해야 한다. 원래 스카플라는 가슴과 등 앞, 뒤 양쪽으로 길게 늘어뜨려 입는 옷이었다. 그러므로 평신도용으로 축소된 현재의 갈색 스카플라를 착용할 때에도 가슴과 등에 늘어뜨려 걸치게 착용해야 한다. 호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거나 자동차 등에 걸어두는 것은 원래의 용도를 벗어나는 것이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3월호, 장긍선 예로니모(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