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발현과 성인 이야기]
성 세르게이에게 나타나신 성모님과 사도 베드로와 요한
2010년, 카이신 작, 세르게이 파사드 수녀원 프레스코화, 러시아
러시아에서 가장 공경 받는 성인중 하나인 라도네츠의 성 세르게이에게 성모님께서 사도 베드로와 사도 요한을 대동하시고 발현하신 기적을 묘사한 성화이다. 성 세르게이 옆은 그의 제자이다
성 세르게이는 1314년 5월3일, 로스토프에서 러시아의 귀족 가문의 아들로 출생하였고 40일 째 되는 날, 바르톨로메오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세례성사 주례자 미카엘 신부는 부모에게 “기뻐하십시오, 이 아기는 거룩한 삼위일체 하느님의 일꾼으로 선택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일곱 살이 되어 수도원에서 읽는 것과 쓰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더 좋아하여, 글을 읽거나 쓰는 일에는 형제들이나 친구들에 비해 많이 뒤쳐졌다.
이후 바르톨로메오와 그의 부모는 모스크바에서는 동북쪽으로 약 60킬로 거리에 위치한 라도네츠로 이주하여 열심한 신앙생활을 계속했다. 그 후 1334년 그의 부모 끼릴과 마리아가 평화롭게 돌아가시자 1335년 바르톨로메오는 20세의 나이에 형 스테파노와 함께 라도네츠 숲 속으로 들어가서 은수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 당시 숲 속에서 은수(隱修) 생활을 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늑대, 곰 등 야수의 위협과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특히 겨울이면 식량조달이 너무나 어려웠다. 그로인해 형 스테파노는 도시근교 수도원으로 옮겨갔고 바르톨로메오 홀로 숲 속에서 은수 수행을 계속하면서 침묵과 기도 중에 수도서원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23살이 되던 1337년 10월 7일 순교자 성 세르게이 축일에 세르게이라는 수도명으로 정식 허원 수사가 되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일꾼으로 선택받아
이후 세르게이의 라도네츠 은수처에 관한 소문은 사방으로 퍼져 많은 이들이 그에게로 몰려와 지도를 청했다. 그들은 손수 나무로 수도원을 짓고 거룩한 삼위일체 하느님께 봉헌하였다. 그리고 매일 성당에 모여 시간별 기도를 바치고 주일과 축일에는 신부님을 모셔다가 리뚜르기야(성찬예배)를 봉헌하고 성체 성혈을 영했다. 세르게이도 하루 종일 노동을 하고, 밤에는 기도로 시간을 보내며 작은 빵 한 조각과 물만 먹었다.
세르게이는 성직자가 된다든지 원장이 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럼에도 수도자들은 세르게이를 수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세르게이는 자기는 그 직분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거절하며 원장직을 수락하지 않았다. 이를 전해들은 주교님은 “형제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성 삼위일체 수도원의 책임자로 예정된 분이니 매사를 순명으로 받아들이시오”라고 말하고는 세르게이를 이끌고 성당으로 가서 사제로 서품하였다.(1343) 이렇게 하여 원장이 된 세르게이는 첫 설교로 마태오 복음 7장 13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거라.....” 시편 34장 11절, “젊은이들아, 와서 내 말을 들어라. 두려운 마음으로 야훼를 섬기는 길을 가르쳐 주마.” 갈라디아서 5장 22-23절,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절제....”에 대하여 가르침을 주었다.
이후 세르게이가 라도네츠의 숲 속에서 홀로 시작했던 은수처는 수도원으로, 그 다음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대수도원(라브라)으로 발전하였다. 성 세르게이는 거친 노동생활을 하면서 가난한 이들이 입는 남루한 옷을 즐겨 입고 삶으로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살았다.
그는 신앙적, 신비적 체험도 많이 하였는데, 성모님이 사도 베드로와 사도 요한을 대동하시고 발현하신 것도 그중 하나였다.
러시아 최대 성인으로 공경 받아
성 세르게이는 수도생활을 사회ㆍ경제적인 면과 신앙ㆍ신비적인 양면을 잘 조화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로인해 그 이후 200년간(1350-1550) 러시아 정신문화 발전의 황금기를 누리게 하여, 성 세르게이를 새 러시아의 창설자라 부르기도 한다.
성 세르게이와 그 후계자들은 종교예술 분야, 특히 ‘이콘’분야에도 눈부신 활동을 하였는데, 그 중 안드레이 류블료프는 세르게이 성인의 요청으로 성 삼위일체 이콘을 그리며 몽고족의 침입으로 피폐해진 러시아의 민중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성 세르게이는 1378년, 모스크바 총대주교 임명을 사양하고, 또 1392년에는 자기 수도원의 원장직도 사임하고 6개월 후 서거하였다.
오늘날까지 성 세르게이는 러시아 최대 성인으로 공경 받고 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2월호, 장긍선 예로니모(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