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긍선 신부가 들려주는 축일 이야기]
최후의 심판 - 프라 안젤리코
1435년에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최후의 심판’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영혼을 심판 하고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먼저 상단 중앙을 보면 예수 그리스도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심판자의 모습으로 천사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그의 오른손은 위로 즉 천국을 향하고, 왼손은 아래 지옥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예수님의 오른쪽과 왼쪽에는 28명의 성인들이 앉아 있다. 그 중 두 사람은 특별히 그리스도 가까이에 앉아있는데 화면 왼쪽 즉 예수님의 오른편에는 새하얀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가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세례자 요한이 앉아 있다. 초기 교회에서는 이렇듯이 천상 영광중의 예수님을 묘사할 때는 그 좌, 우에 성모님과 세례자 요한을 배치했으며,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나타낼 때는 세례자 요한대신 사도 요한을 그렸다. 그러나 중세 이후로 서방교회에서는 요한 대신 요셉이나 다른 성인들로 대체하기도 했다.
성모님과 세례자 요한 옆으로는 두 줄씩 천상원로인 성인들이 앉아있는데, 여기에는 구약과 신약의 여러 성인들과 12사도 그리고 프라 안젤리코가 소속된 수도원인 도미니코회와 관련된 성인들도 함께 묘사되어있다.
왼쪽 성모님 옆으로는 사도 베드로가 열쇠를 쥐고 있고, 그 옆으로는 모세가 머리에서 두 줄기 빛이 뿜어져 나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며, 이 앞줄 맨 왼쪽 끝에는 백합을 손에 든 성 도미니코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오른쪽 반대편 세례자 요한의 옆에는 칼을 든 사도 바오로, 그리고 그 줄 오른쪽 끝에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그렸다.
천국은 큰 열린 공간, 지옥은 닫힌 공간으로 묘사
화면 아래를 보면 오른쪽의 천국과 왼쪽의 지옥은 검은 구멍이 보이는 길로 나눠진다. 중간에는 열려진 무덤의 구멍들과 깨어진 덮개돌들이 널려 있어 죽은 이들이 불려나와 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나타내주고 있다.
열려진 무덤 왼편의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위의 하느님을 향해 기도하고 있고 옷은 밝고 화려한 색상에 금선으로 꾸며져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과 포옹하고 있고, 또 일부 착한 영혼들은 천사들이 아름다운 정원을 통해 빛나는 도시로 인도 하고 있다. 왼쪽에 묘사된 천국은 어디나 꽃이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이다. 이 아름다운 천상 정원에서사람들이 원을 이루며 춤을 추고 있는데, 이는 천국에서는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로 멀리 두 심판받은 영혼이 하느님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광선이 쏟아져 나오는 문을 향해 날고 있다.
대조적으로, 화면 오른쪽에는 악마가 악인들을 사악하고 고통스러운 지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의 자세와 표정은 지옥에 가기를 꺼려하는 고통스러운 모습이다. 이어 전개되는 왼쪽 구석 지옥의 문 안쪽은 전체 공간을 다섯 구획으로 나누고 있다. 천국은 큰 열린 공간으로 묘사한 반면, 이렇게 지옥은 닫힌 공간으로 묘사했다. 전체 공간에는 타오르는 불이 보이고, 각 사람들에 따른 다양한 형벌들이 묘사되어 있다.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천국에 있는 이들과는 달리, 벌거벗은 모습이며, 그들 중 일부는 심지어 밧줄로 묶여있다. 지옥의 밑바닥에서 큰 악마가 사람을 물고 있다. 그의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고, 양손에 또 다른 두 명의 사람을 쥐고 있는데 그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어, 성화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섬뜩한 공포를 준다.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빛을 향한 삶 살아야
이러한 최후의 심판 성화는 성당에 묘사되는 가장 흔한 주제 가운데 하나였으며, 주로 성당 주 출입구 안쪽 위에 벽화로 많이 그려졌다. 이는 성당에서 기도하고 나올 때 바라보게 함으로써 생활 중에 항상 주님의 심판을 생각하며 올바른 생활을 하도록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왕이나 지도자들의 모습도 지옥 부분에 과감히 넣음으로써 천국은 그 신분에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삶에 따라 가게 됨을 즉 성직자라 할지라도 지옥에 갈 수 있음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최후의 심판 모습은 서방교회에서는 로마네스크나 고딕 건축에서는 주 출입구 정면 상부에 조각으로 묘사하기도 했고, 르네상스때는 미켈란젤로가 기존의 전통적인 위치를 벗어나 제단 상부 정면에 그리기도 했다.
안젤리코는 이 성화를 통해 빛을 강조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맨 왼쪽 문에서 뿜어 나오고 있는 빛 즉 하느님을 향하고 있는 두 영혼처럼 바로 우리 모든 신앙인들도 이렇게 어둠이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빛을 향한 삶을 살아야 최후의 심판 때에 고통스러운 지옥이 아닌 아름다운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는 있음을 제시해주고 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11월호, 장긍선 예로니모(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