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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예수 변모 - 프라 안젤리코

by 파스칼바이런 2014. 10. 1.

 

[장긍선 신부가 들려주는 축일 이야기]

예수 변모 - 프라 안젤리코

 

이 성화는 피렌체의 성 마르코 수도원에 그려진 벽화중 하나이다.

 

신약성서(마태 17, 1-9 / 마르 9,2 / 루카 9, 28-36)에 나오는 예수님의 영광스런 변모를 묘사했다. 화면 중앙에는 도식화된 타볼산 위에 서서 흰옷을 입고 두 팔을 펼치신 예수님을 묘사했고, 그 좌, 우에는 성서에 묘사된 모세와 엘리야를 묘사했다.

 

이 성화에서 독특한 점은 바로 이 두 구약의 인물을 얼굴만 묘사한 점이다. 오랜 세월동안예수의 변모를 묘사한 성화들은 한결 같이 이 두 인물을 전신이 다 드러나는 모습으로 묘사해왔고, 그리고 각기 손에 든 물건을 통해 누가 모세이고 엘리야인지 알 수 있게 했다. 즉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이 새겨진 작은 석판을 들고 있어 즉시 이 인물이 모세임을 드러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성화에서 프라 안젤리코는 얼굴만 묘사하여 인물 구분의 단서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전통적안 상징을 사용하여 비록 머리만 묘사하였지만 누가 모세이고 누가 엘리야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것은 바로 인물의 머리 주위에 묘사된 두 줄기의 빛이다. 왼쪽 인물의 머리를 보면 머리 주위에 둘러싼 둥근 후광 외에도 머리 양 옆에서 위로 뻗어나가는 뿌연 빛을 묘사했다. 이로 인해 이 인물이 바로 모세임을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머리 위 두 줄기 광선으로 모세 묘사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하느님께 십계명을 받고 내려오자 그 얼굴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고 성서는 전하고 있다(탈출 34, 29- 35). 이로 인해 모세를 묘사할 때 예술가들은 머리위에 두 줄기 광선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으로 묘사하였던 것이다. 실제로 로마의 시스틴 성당에 그려진 모세의 일생 프레스코화를 보면 보티첼리, 시뇨렐리 등이 바로 그렇게 묘사하고 있고, 다른 작가들도 그렇게 묘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모세 대리석상에는 작은 두 개의 뿔 모양이 머리위에 묘사되어 있어 많은 이들이 그 의미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석은 미켈란젤로 자신이 명확히 그 의도를 밝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당시에 이미 모세를 나타낼 때 꼭 들어가야 하는 상징이었던 두 줄기 빛을 그렇게 형상화 한 것 이라는 해석도 있고, 광선(ray)에 해당되는 히브리어가 ‘keren’인데, 성경이 라틴어로 번역될 때 이 단어가 ‘horn(뿔)’으로 잘못 번역되어 라틴어판 성서를 읽은 사람들은 모세가 뿔이 났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였는데 미켈란젤로도 그런 오류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설은, 고대 사람들은 동물의 뿔에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고, 신적 존재를 이마에 뿔이 나있는 모습으로 형상화하기도 했기에 모세에게도 그렇게 묘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성 도미니코 평생 묵주기도로 성모님 공경

 

이렇게 해서 중앙의 예수님을 중심으로 좌측 상단에 모세, 우측 상단에 엘리야를 묘사했으며 그 아래에는 각기 성모님과 성 도미니코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을 그려 넣었다.

 

예수의 변모 순간에는 이 두 인물이 그 자리에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이 그림이 그려진 수도원이 성 도미니코를 따르는 수도자들이 거주하는 곳이며, 자신들의 특별한 성모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이렇게 함께 묘사했다.

 

성 도미니코가 생활하던 그 당시 ‘알비파’ 이단의 세력이 교회를 위협하자 성모님이 도미니코 성인에게 나타나셔서 이단을 없애는 무기로 묵주기도를 가르쳐 주셨고, 성인은 신자들에게 묵주기도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여 알비파 이단을 물리쳤다고 한다. 이후로 도미니코 성인은 일생 동안 묵주기도로 성모님을 공경하도록 모든 사람을 격려하며, 마음을 다해 성모님을 찬양하고 성모님의 위대하심을 전파하였고, 그 보상으로 성모님께서는 성인에게 헤아릴 수 없는 큰 은혜를 내려 주셨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7월호, 장긍선 예로니모(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