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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성녀 카타리나의 영적 혼인

by 파스칼바이런 2014. 10. 10.

 

 

 

[성모 발현과 성인 이야기]

성녀 카타리나의 영적 혼인

바르톨로메오 에스테반 무리요,

1608, 국립 고대 예술 박물관, 리스본 포르투갈

 

 

성녀 카타리나라는 이름의 성녀는 여러 명 있는데 그 중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성녀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카타리나와 이태리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이다. 이중 오늘은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카타리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카타리나는 10세기경부터 동방 교회에서 가장 많이 공경해오던 성인 중의 한 명이다. 그러나 성녀에 대한 명확한 자료는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많은 부분 전설에 의존하고 있다.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성녀 카타리나는 알렉산드리아의 상류 가정 출신으로 학식이 뛰어난 미모의 처녀였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왕 코스타의 외동딸이었다고도 한다. 그래서 성화 속의 카타리나는 늘 고귀하고 아름다운 귀족 여인으로 그려진다.

 

그녀는 어떤 환시를 보고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하였으며,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박해한 것으로 악명 높았던 로마제국의 황제 막센티우스(재위 306-312)때에 순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황제는 카타리나에게 이교도의 신을 섬기라고 강요했으나 신앙심이 굳고 학식이 높았던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 결국 황제는 이교신앙을 대표할 만한 50명의 이방인 철학자들을 불러서 그녀가 우상을 숭배하게 만들면 포상을 내리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로인해 결국 어린 소녀 1명과 50명의 당대 최고의 지성이 마주하여 토론을 벌이게 되었다. 그러나 박사들은 카타리나를 설득하기는커녕 성령의 도우심을 받은 그녀의 당당한 반론에 감동해 오히려 그리스도교 인으로 개종하게 되었다. 화가 난 황제는 토론에 참석했던 박사들을 모두 화형에 처해버렸다.

 

 

참수로 순교, 목에서 피 대신 새하얀 우유 나와

 

그리고 막센티우스 황제는 카타리나에게 주님을 버리고 우상을 숭배하면 왕비로 맞을 것이라며 회유했으나 카타리나는 “생각만으로도 죄가 될 그런 얘기는 하지 마시오. 나는 그리스도의 신부요”라며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황제는 그녀의 옷을 벗겨서 감옥에 투옥시킨 후 음식을 주지 말 것을 명했다. 그러나 그녀의 감방으로 비둘기들이 음식을 날라다 주었고, 그리스도께서도 친히 발현하시어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고 한다.

 

결국 황제는 그녀를 큰 못이 여럿 박혀있는 바퀴로 찢겨 죽이고자 했지만 전혀 상처를 입히지 못했고, 오히려 바퀴가 그녀의 몸에 닿자 부서졌으며 구경꾼 여러 명이 그 바퀴에서 튕겨 나온 못에 의하여 죽었다고 한다.못이 박힌 바퀴로도 그녀를 죽일 수 없자 황제는 그녀를 참수토록 명령했는데 그녀의 잘려진 목에서는 피 대신 새하얀 우유가 나왔다고 한다.

 

그 후 천사들이 그녀의 시신을 시나이 산으로 옮겨와 장례를 치러주었다고 전해지는데 그녀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장소에 6세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수도원을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수도원은 오늘날도 시나이 반도 끝자락 시나이산을 오르고 내리는 도상에 볼 수 있는 카타리나 수도원 바로 그것이다.

 

이 수도원은 성녀 카타리나라는 이름으로 인해 수녀원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리스 정교회 수도자들이 생활하는 남자 수도원이다. 모세가 하느님을 뵈었다는 떨기나무의 후손 나무와 성화상 파괴논쟁에서 살아남은 초기 이콘들, 그리고 가장 오래된 성서 필사본중의 하나인 시나이 사본이 보존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 소개하는 성화는 스페인의 화가 무리요가 그린 것으로 성모님의 품에 안겨 계신 아기 예수님이 성녀 카타리나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있으며, 성녀 카타리나는 왼손에 순교자임을 상징하는 작은 빨마가지를 들고 오른손으로 반지를 겸손히 받고 있다.

 

이는 그리스도와의 영적혼인을 표현하는데 오늘날 수녀들의 그리스도께 대한 동정 봉헌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6월호, 장긍선 예로니모(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