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12회 웹진 시인 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賞
누가 고양이 입속의 시를 꺼내 올까 최금진 시인
혓바닥으로 붉은 장미를 피워 물고 조심조심 담장을 걷는 언어는 고양이
깨진 유리병들이 거꾸로 박힌 채 날 선 혓바닥을 내미는 담장에서 줄장미는 시뻘건 문장을 완성한다
경사진 지붕을 타 넘으면 세상이 금세 빗면을 따라 무너져 내릴 것 같아도 사람은 잔인하고 간사한 영물
만약 저들이 쳐놓은 포획틀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구름으로 변장하여 빠져나올 것이다
인생무상보다 더 쉽고 허무한 비유는 없으니 이 어둠을 넘어가면 먹어도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달덩이가 있다
거기에 몸에 꼭 맞는 둥지도 있다 인간에게 최초로 달을 선사한 건 고양이 비유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니 흰 접시 위에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 올려놓는다
언어는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하늘로 달아나고 마을은 접시처럼 환하다
가장 높은 지붕 위엔 고양이 한 마리 발톱의 가시로 달덩이를 희롱하고 입으로는 붉은 장미꽃들을 활짝 피워낸다
야옹, 나는 장미다
계간 『문예바다』 2017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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