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바닥을 치다 홍계숙 시인
바닥의 몸부림은 둥글다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다 생각될 때 바닥은 제 몸을 치고 일어선다
주전자에 물을 담아 불 위에 올려놓고 기다릴 때 불기운에 인내심이 바닥이 날 때 바닥은 자신을 짓누르던 수심을 둥글게 말아 수면 위로 힘껏 밀어올린다
물방울 속 공기는 참고 참았던 바닥의 깊숙한 호흡,
주전자 뚜껑이 허공의 멱살을 들었다 놓는다 궁지에 내몰려 자존심이 바닥을 칠 때 바닥도 막다른 쥐가 되어 고양이를 물어뜯는 것이다 바닥이 쿵, 쿵, 발을 구르면 둥그런 오기 한 방울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 곁에, 망설이던 작은 몸부림들도 일제히 보글보글 일어선다
부르르 바닥이 끓어오르고 바닥을 겪어 본 물방울들은 수면을 뚫고 뚜껑 밖으로 솟구친다
바닥이 바닥을 칠 때 파르르 물이 일어선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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