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 흰 상어 장우덕 시인
멋대로 이가 돋아나 교정기를 씌웠다 빈자리를 만들기 위해 뽑아낸 생니가 쟁반 위에 놓여 펄떡거렸다 잇몸 속의 단도 지느러미처럼 휘어져 있었다
백상아리에게 물렸다가 살아난 다이버는 평생 옆구리에 기계장치를 달고 살아야 한다나,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런 강연을 한다더군 ‘한 사람이 상어에게 죽을 때 이백만 마리의 상어들이 사람에게 죽습니다 이 전쟁은 우리가 반드시 이기는 전쟁입니다’
서른두 개 이들의 본을 뜨고 줄줄이 철사로 엮여 조였다 이를 드러내지 않고 웃는 법을 연습해야 했다 양치를 할 때마다 신상정보가 유출됐고 바다 너머 누군가 나를 갈구하기 시작했다
수백 킬로 밖에서 상어는 피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상어를 마주친다면 코를 세게 때릴 것 옆구리를 내주고 한 방 미소를 지을 것 부은 얼굴로 집을 나설 때 잇몸 속에서 몸부림이 느껴진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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