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 강병길 시인
시를 짓다가 것이라는 말을 바라보니 제법 낭비한 말이 것이었다
독자가 적절한 의미를 대비시켜 알아서 읽어주겠지라며 떠넘긴 말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부적인 양 척 붙여놓으면 은연중 힘이 실리던 말
고것 참 신통방통하게 써놓으면 만능열쇠처럼 척척 들어맞던 말
밑도 끝도 없이 믿음이 가서 명징과 천 리는 멀어도 믿고 쓰는 말
문장을 써내려가다 벽에 막혀도 판타지 영화 비밀의 문처럼 통과되는 말
시의 나무에 겨우살이로 붙어 또 다른 주인으로 살아가는 말
모호하나 분명처럼 행세하는 말 붙는 곳이 많아 누빌 곳이 많아 담을 곳이 바다보다 넓어 어디나 잘 붙어 눈치 없는 말
어디든 잘 담겨 깊이 모를 말 스스로는 목숨 없는 숨죽이고 있다가 불쑥 나오는 탁발승 바랑 속의 숟가락 같은
나의 다음 시집이 폐허로 남아도 결코 꺼내 쓰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이라는 말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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