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자리 이서화 시인
춥고 어두운 빈 상가 옆 고양이 자고 간 자리가 따듯하다 체온을 스스로 끓이고 덜어놓고 간 자리 미온(微溫)이라는 말은 가느다란 몇 가닥 열선 같은 수염 자락
잡동사니들의 틈 나뭇잎, 버려진 천 조각들도 체온이 있을 때가 있다 고양이가 웅크렸던 자리마다 따듯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간밤의 모닥불이나 난로 곁은 아니었을까 서로 웅크린 곳은 따듯한 곳이니까 그곳이 어느 곳이든 한밤엔 고양이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보드라운 배의 속 털을 기다리는 곳들 간밤에 고양이가 조용조용 어슬렁거린 이유도 그와 같을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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