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하게 위선적으로 변영희 시인
하얀 볼을 놓으면 골프채가 원을 그리듯 지나가지 눈도 깜박 안하고 공을 그러쥐며 날아가는 공 따위 바라보지도 않고
가끔 나누는 인사처럼 나이스 샷
올까말까 망설이는 비 올라갈까말까 망설이는 눈 토끼는 사라지고 달에 고양이가 산다는 미정이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고
연습 볼을 놓는 기계가 나올 거야 달 토끼가 사라지고 고양이가 나타나는 것처럼
골퍼의 힘 조절에 따라 멀리 날아가거나 가까이 쌓이는 공들 흰 눈처럼 쌓이는데 녹지 않아
새벽에만 오는 사람이 좋더라 짧은 시간 휘두르고 땀 흘리고 가는 사람 신문을 오래 보는 사람은 말이 많아 달의 눈물 같은 건 관심도 없지
삼십년 후 태어난 시를 읽다 오래된 새벽이 떠올랐어 대범하게, 위선적으로 게다가 참되게 흘러온 오늘 흰 공처럼 쌓인 새벽을 만난거야
캬라멜 마키아토 한 잔 마시자 스크린골프장 옆 스트릿84로 와
마술처럼 공 놓는 기계가 나왔고 눈의 착란을 일으키는 스크린까지 나왔는데 넌 어디 있니 달 토끼와 고양이를 어루만지던 미정아, 너는
마키아토는 과연 달콤하니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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