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의 발굴 한성희 시인
지층은 몽유와 사색에 닿아있다
새의 그림자가 굳은 세상 잎사귀를 닮은 날개는 시간과 싸움이다 나는 눈꺼풀을 반쯤 닿은 상태에서 층위의 세계를 들쳐본다
삽날같이 한줄기 빛이 부리 끝에 닿는다 시간의 날개를 흉내 낸 빛으로 물 한 방울 젖지 않은 표정과 대적할 수 없다
가벼운 붓질로 시간과 어둠을 벗겨낸다 몽상가의 허공을 지상에 옮겨놓는 일도 새의 궤적을 돌고 도는 일도 나라는 우주의 탐색이라 한다면
오래전 행성에 도달하는 방식은 날개의 새의 허공에 닿는 것 발굴은 수세기 전 영혼을 수습하는 일
퇴적층에서 발견된 무거운 날개에는 하늘 밖의 바람이 찍혀 있다
오늘은 새들이 옮겨오고 나는 지층 속으로 들어간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영희 시인 / 대범하게 위선적으로 (0) | 2019.03.02 |
---|---|
강순 시인 / 귀를 씻었다 (0) | 2019.03.01 |
한보경 시인 / 간절의 틈새에 손가락이 끼다 (0) | 2019.03.01 |
황주은 시인 / 무화과의 순간 (0) | 2019.02.28 |
조민 시인 / 그 밖의 모든 것 (0) | 2019.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