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의 틈새에 손가락이 끼다 한보경 시인
이미 와 있는 이미의 이마를 보지 못하고
아직 오지 않은 아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간절과 간절의 벌어진 틈새에 손가락이 끼었다
열손가락을 기어이 뭉개고 마는 일
아직 피지 않았거나 이미 지고만 꽃들처럼 세상의 모든 약속들이 핏빛임을 알아버리는 일
가늠할 수 없이 까마득한 허공에 간절의 남루한 집을 지었다 헐고 다시 또 짓는
그 밖의 일들처럼, 단지 열 손가락의 일은 아닌 일
비루하고 지루한 번제처럼, 나날이
이미 가버린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 사이에서 핏빛 꽃이 핀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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