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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철기 시인 / 염화칼슘을 뿌려주세요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3.

염화칼슘을 뿌려주세요

홍철기 시인

 

 

        오늘,

        녹지 않는 관계가 남아 있어요

         

        무너진 블록처럼 정리되지 않는

        내일에 대한 설명서를 구할 수 없는

        이렇게 퇴근하는 길은 미끄러질 수 있어요

         

        기상 캐스터 목소리는 폭설처럼 내리고

        적설량만큼 다 녹지 않을 내일과

        그녀의 추운 다리가 얼까봐 걱정되는 오늘

         그 사이를 걸어가요

         

        출근길에 먼저 떠난 사람

        손을 흔들어요

        부러운 마음에 앓아눕는 순간이 오면 알까요

        머리에 묶은 넥타이는 더 이상 사용법을 모르지만

        틀리는 기상예보처럼 알 수없는 아침이라도

        시작은 해야 한다는 걸요

         

        일기예보를 물어보는 오늘의 발걸음 사이로

        내일은 얼지 말자 다짐 받듯

        토닥토닥 튕기듯 전해주는 말

        들리지 않나요

         

        아직도 녹지 않은 관계가 한 가득입니까?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홍철기 시인

1974년 전북 익산에서 출생. 201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17년 《시와 표현》 신인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