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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운자 시인 / 치매라는 캐러멜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4.

치매라는 캐러멜

정운자 시인

 

 

        내 이름은 츄잉츄잉

        부르기 쉽고 말하기 쉬운 캐러멜

         

        나 아닌 것에게 가려고 맨발로 용쓰다 보니

        점점 기억이 안나,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방금 무엇을 했는지

        우울한 안절부절의 옷을 부여잡고

        나로부터 달아나려는 창문, 너머

        단물 빠진 발바닥이 휘청거려

        살아도 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하루를 엿 먹이고 싶은,

        새로운 이름의 달콤

        구십년 세월이 꼬리를 물고 따라 오고

        신물 나는 세계가 입 속에서 녹아내리고

        눈 뜨면 나를 만나 낯설어지고

        팔을 휘저을 때마다 기억이 사라져

        이제 너를, 너마저 잊을 거야

         

        내 이름을 씹어줘

        다정하게, 달콤하게 캐러멜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정운자(鄭雲慈) 시인

2013년  계간 <<다층> > 봄호 2회 추천 완료. 현재 다층, 다층문학회 동인, 양주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