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라는 캐러멜 정운자 시인
내 이름은 츄잉츄잉 부르기 쉽고 말하기 쉬운 캐러멜
나 아닌 것에게 가려고 맨발로 용쓰다 보니 점점 기억이 안나,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방금 무엇을 했는지 우울한 안절부절의 옷을 부여잡고 나로부터 달아나려는 창문, 너머 단물 빠진 발바닥이 휘청거려 살아도 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하루를 엿 먹이고 싶은, 새로운 이름의 달콤 구십년 세월이 꼬리를 물고 따라 오고 신물 나는 세계가 입 속에서 녹아내리고 눈 뜨면 나를 만나 낯설어지고 팔을 휘저을 때마다 기억이 사라져 이제 너를, 너마저 잊을 거야
내 이름을 씹어줘 다정하게, 달콤하게 캐러멜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혜미 시인 / 로스트 볼 (0) | 2019.03.05 |
---|---|
한명원 시인 / 낮과 밤 (0) | 2019.03.04 |
금란 시인 / 자세가 만들어낸 자세 (0) | 2019.03.04 |
정다인 시인 / 무늬 -군중 (0) | 2019.03.03 |
홍철기 시인 / 염화칼슘을 뿌려주세요 (0) | 2019.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