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질문 김은옥 시인
저 몸은 누구의 몸인가 꿈속의 꿈속까지 따라 들어와 누워있는 저 아가리에서 살모사가 꼿꼿이 고개를 들고 배밀이 하며 나온다 번뜩이는 살기 두 줄기 어둠 같은 혀가 독기를 품고 오래된 질문을 날름거린다
저 꽃은 누구의 독인가 누가 뱉어놓은 독설인가 저 독은 스스로 독이었는가 꽃은 독의 천국인가 불구덩인가 저 혀는 오직 꽃이어야 했는가 귀에 독액을 부어 넣는가 똬리에서 풀려날 수 없는 불면의 저승이여 쩍쩍 갈라지는 마른번개는 지치지도 않는구나 검은 꽃이 푸른 광기로 번쩍인다
저 독은 도대체 누구의 혓바닥인가 질문이 누런 침을 뚝뚝 흘린다 독액이 흘러내리는 자리마다 잘못된 활자들을 마비시켜버린다 마비되고 굳어져 가는 몸뚱어리들 활자들의 잔해를 지나치면서 신선한 질문을 뚝뚝 흘리며 새로 태어난 활자들을 온몸에 두르며 간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려원 시인 / 프렉탈, 프렉탈 (0) | 2019.03.06 |
---|---|
김은옥 시인 / 죽음으로 향하는 말도 있다 외 5편 (0) | 2019.03.06 |
이혜미 시인 / 로스트 볼 (0) | 2019.03.05 |
고주희 시인 / 검은 저녁의 우화(寓話) (0) | 2019.03.05 |
강태승 시인 / 삼척서천 산하동색, 일휘소탕 혈염산하 2 (0) | 2019.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