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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려원 시인 / 프렉탈, 프렉탈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6.

프렉탈, 프렉탈

려원 시인

 

 

        한 걸음 뒤로 한 걸음만 더 그런 다음

        똑바로

        정교하게 짜인 시간의 단면들

        세포 하나가 구름 한 다발씩 피워 올린다

        과거ㆍ현재ㆍ미래가

        한 떨기의 별

        은하계라면

        뇌는

        우주다

         

        유성우는 찬란한 눈물 같아, 눈망울에 고이는

        밤바다와 은하수

        우주정거장으로 퍼지는 숨소리가

        태아의 발길질로 요란하다

         

        죽은 별에 숨어사는 그림자들

        버뮤다 삼각지대가 뻐금뻐금 돌기하는 것을

        볼펜으로 점 하나 콕 찍어

        확대해보면

        책상 모서리마다 신생 우주가 태어난다

         

        가상펫을 키우고 가상의 집에서 가상화폐

        진짜이길 원하는 판타지를 숙주로

        객체 수만 늘어나는

        빅뱅의 세계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급속도로 팽창 중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려원 시인

2015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시집으로 『꽃들이 꺼지는 순간』(시와표현, 2016)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