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시인 / 웨이터
기다리는 것입니다. 왜라는 말끝의 물기를 붙들고. 사라질 때까지 조용히 물러서 있는 것입니다.
불 꺼진 상점들이 늘어선 도로에서 앞서간 사람이 문득 보이지 않는다면, 멀어지는 뒷모습을 쫓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아주 천천히 투명해져 보십시오. 온몸에 어둠을 구겨 넣고 오래도록 바라보세요. 다시라는 말의 뒷면을, 만약이라는 말의 건너편을.
미소를 띄우며 서 있는 것입니다. 옛 기약들, 시간에 무늬를 부여하는 표정 속에서, 시간은 사람의 기다림을 연료로 흘러갑니다.
조용히 겪어 내는 것입니다. 기다림이라는 직업을. 아마도라는 이름의 빛을 껴안고. 별이 벽이 되고 긴 꿈이 무너져 발목부터 점차 흐려질 때까지. 평화롭게 추락하는 것입니다. 얼어 버린 바닥이 멈추라고 말할 때까지
계간 『시현실』 2018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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