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기 시인 / 모텔 시크릿
이곳은 밤이다. 마음이 저물어 밤인 곳 듣지 못한 다짐을 놓고 떠나는 사랑이 있다.
내가 들고 있는 표가 편도란 걸 알지 못한 시절 분분히 떨어지는 꽃잎을 밟고 걸었다. 걷다 멈춘 발길이 구석에 흘린 글자에 걸려 넘어진다.
돌아가고 싶다. 바닥에 적힌 이야기가 나를 덮고 눕는다.
지금은 밤일까 내일은 하얀 재만 남을까. 무수히 보낸 안부는 돌아오지 못한 채 몸 어딘가 새겨져 있는 흉터로 아프다.
여전히 꽃이 될 수 없을까. 피었다 진적도 없는데 여전히 나는 밤이고 보이지 않는다. 묻고 답하지 않는 그래서 말없이 내게로 온 것들을 잊었다.
암호처럼 우리는 서로를 해독한다. 너를 눕힌 언어 위로 내가 눕는다. 몸보다 말이 먼저 더듬는 밤
한 가운데 놓인 한 장의 연탄 옆으로 내 성기가 쓸쓸한 과거와 나란히 누워있다.
여기는 아직 밤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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