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천 시인 / 폐허에서 오는 봄
위태로운 발상은 젊음의 다이빙 그림자를 보는 건 내공을 보는 일이다
지상의 발 부친 것들은 중력을 이겨낼 수 없어 어깨가 안으로 굽듯 낡아가는 것에는 지친 영혼이 깃들어 잇다
이쪽과 저쪽을 버티는 벽을 허무는 일은 살아 있을 때의 일이다
고염나무가 나선으로 뻗어 허물어져 가는 벽을 받치고 있다 그 아래를 지나가는 검정개의 충혈된 눈
속삭임도 없이 찾아와 뒷덜미를 물어뜯는 삶과 죽음의 경계
모든 대지는 육탈된 몸의 잔해다 우리가 밟고 선 자리가 죽은 자의 무덤 아닌가
그래서 역사와 자연은 하나다 너와 나는 폐허에서 도래한 봄이다
봄은 하늘에서가 아니라 폐허 속에서 온다
계간 『포엠포엠』 2018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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