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우 시인 / 지구를 세로로 돌아오는 계절
밟으면 가고 밟으면 서는 오토매틱 자동차일 줄 알았다. 나는, 가을 신상 단풍패션쇼가 열리던 곰배령에서
바람은 신나무, 설탕단풍, 시닥나무에 최고의 메이크업을 선사했고 더 멋진 무대 위해 빛은 신나게 찬란하고 청명했다.
대류는 순환하지만 바람을 따라나서는 나뭇잎처럼 거처도 없이 시간은 떠나갔다.
빛이 색을 데려가 지구 저편에 부딪힐 때 얼음 같은 유리창 너머 새벽 2시의 아파트를 본다. 나는, 영업시간 지난 칼국숫집 신발장 같은
태엽을 감아도 줄어들지 않는 시차.
쇼가 끝난 객석에 뒹구는 빈 깡통처럼 죽은 자의 세계로 옮겨가기 위한 몸살을 앓는다. 미세먼지 같은 통증이 소리 없이 내 머리 차지한다.
이젠 포도껍질 위를 살랑거리던 초파리와 함께 나의 한 계절도 간다.
꿈인 듯,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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