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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왕노 시인 / 백 년 동안 그리움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2.

김왕노 시인 / 백 년 동안 그리움

 

 

그리워한다는 것은 참 아픈 일입니다. 뼈가 푸른 독 같은 슬픔에 흠뻑 젖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슴에 수천수만 그루 심고

날마다 상전벽해를 이룬 그리움이 끝없이 물결치는 소리에 귀가 젖는 것입니다.

 

누구의 생이나 따져보면 그리움뿐입니다.

가질 수 없는 것, 다가갈 수 없는 사람, 아득한 별, 멀어진 것에

끝없이 오라고 손 흔들거나 끝없이 가려고 몸부림치는 그리움뿐입니다.

 

평생 직립이므로 제자리인 세상 모든 나무들이 푸른 것은

삭일 수 없는 그리움 때문이고 그리움의 힘으로 치솟았다는 것을 압니다.

산다는 것은 백 년 동안 그리움을 키우는 일인 줄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도 결국 그리움으로 사랑한다는 말 흐린 창에 새긴다는 것을 압니다.

망부석도 있고 남편을 기다리다가 숨진 열녀비도 있는데 그리움이 백 년 동안이라니

너무 짧지 않아 하지만 백 년이 잉걸불처럼 뜨거운 그리움의 한 철이기에

백 년 동안의 그리움이라 말해 봅니다.

 

백 년 동안 그리움 후의 막막함, 백 년 동안 그리움의 유한함에

울먹이기도 할 테지만

그리움이기에 백 년 동안 그리움이라 불러봅니다.

천년만년도 사랑하기에 너무 짧다 생각하지만 그리움쯤이면 백년이 적당합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2월호 발표

 

 


 

김왕노 시인

경북 포항(옛 영일군 동해면 일월동)에서 출생.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꿈의 체인점〉으로 당선. 시집으로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신춘문예출신 6인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 』,『사진속의 바다-해양문학상 수상집 』,『말달리자 아버지(문광부 지정도서)』,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중독-박인환문학상 수상집 』,『한성기 문학수상집』 『그리운 파란만장(세종도서 선정)』,『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세종도서 선정)』,『게릴라(2016년 디카시집)』, 『이별 그 후의 날들(2017년 디카시집)』등이 있음. 2003 년 제 8 회 한국해양문학대상, 2006 년 제 7 회 박인환 문학상, 2008 년 제 3 회 지리산 문학상, 2016년 제 2회 디카시 작품상 2016년 수원문학대상, 2017년 한성기 문학상과 2017년 제 11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 수상 등 수상. 201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금 등 5 회 수혜. 현재 시인축구단 글발 단장, 현재 계간 『시와 경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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