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화 시인 / 환상도로
1.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외로운 전화를 걸고 있는 그녀의 은밀한 시선을 엿보다가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를 응시하며 강박충동에 사로잡혀 환상도로를 횡단한다.
2.
지구의 극지, 툰트라에서 꿈도 없이 내리는 폭설이거나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열대성 저기압의 고비 사막이거나 아니면 시베리아 벌판에서 혹한을 애인처럼 동반한 찬바람이거나
3.
머나먼 쏭바 강*을 걷고 있는 이방인에게는
그녀의 펑퍼짐한 엉덩이는 적도의 열풍, 뼈마저 타오르는 적도의 열풍, 오늘도 뭇 사내의 눈낄을 받으며 날마다 팜므파탈로 변신하는 그녀의 환상도로에서 잠시 쉬고 있다보면
아~ 배암이 생각난다 독사의 독끼를 한껏 품고 있는 꿈틀 꿈틀 몸부림치고 있는 그 배암이 생각난다.
그 옛날 이브를 유혹했던 그 배암~
* 베트남의 정글을 가로지르는 강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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