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예하 시인 / 다시, 알을 깨고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1.

김예하 시인 / 다시, 알을 깨고

 

 

빛들이 끊임없이 자극하는 밤, 출몰하는 달의 연속성으로 나는 다시 태어나죠. 끈질기게 나를 기억하는 눈, 그러나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아요. 자정을 건너며 나는 아주 미세하게 변화하죠.

 

어제와 오늘의 피가 같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회귀하려는 당신은 아무것도 극복할 수 없어요. 서서히 증발하는 나를 볼 수 있는 건 순간뿐, ‘나’라는 기원에서 벗어나면 몸은 다시 재편성되죠.

 

헐벗은 나무의 비밀을 구름으로 덮어놓고, 소리만 무성한 바람이 불어와요 발자국이 사라진 아스팔트, 어디에도 해명은 없고 고여 있는 날들만 조용히 썩어가죠.

 

꽃물을 지운 당신에겐 어제의 냄새가 나지 않아요. 모질게 매듭진 그 결심을 잊지 말아요. 내일이면 모든 질문은 다시 시작되고 우리에겐 오답이란 없어요.

 

무질서하게 충돌하다가 사라지는 자취들

 

어둠이 걷히고 오늘이 햇살로 가득 차올라요.

부화하는 나를, 당신을, 흔들어 깨우며.......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김예하 시인

2018년 《시현실》을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