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숙 시인 / 바이러스
너를 열어보다가 너에게 감염되었다. 클릭하는 것마다 너를 지칭하는 부호들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
내가 몽땅 사라졌다. 나를 찾으려면 첩첩한 너를 들어내야 해서, 나를 한 쾌씩 뜯어내야 해서 너를 안고 나를 버리러 갔다.
너를 버림으로 나를 버렸으나 한밤중, 쓰레기장을 뒤지러 다시 뛰어갔다. 천일 동안 나 없이, 나는 너를 후련하게 앓았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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