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노 시인 / 백 년 동안 그리움
그리워한다는 것은 참 아픈 일입니다. 뼈가 푸른 독 같은 슬픔에 흠뻑 젖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슴에 수천수만 그루 심고 날마다 상전벽해를 이룬 그리움이 끝없이 물결치는 소리에 귀가 젖는 것입니다.
누구의 생이나 따져보면 그리움뿐입니다. 가질 수 없는 것, 다가갈 수 없는 사람, 아득한 별, 멀어진 것에 끝없이 오라고 손 흔들거나 끝없이 가려고 몸부림치는 그리움뿐입니다.
평생 직립이므로 제자리인 세상 모든 나무들이 푸른 것은 삭일 수 없는 그리움 때문이고 그리움의 힘으로 치솟았다는 것을 압니다. 산다는 것은 백 년 동안 그리움을 키우는 일인 줄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도 결국 그리움으로 사랑한다는 말 흐린 창에 새긴다는 것을 압니다. 망부석도 있고 남편을 기다리다가 숨진 열녀비도 있는데 그리움이 백 년 동안이라니 너무 짧지 않아 하지만 백 년이 잉걸불처럼 뜨거운 그리움의 한 철이기에 백 년 동안의 그리움이라 말해 봅니다.
백 년 동안 그리움 후의 막막함, 백 년 동안 그리움의 유한함에 울먹이기도 할 테지만 그리움이기에 백 년 동안 그리움이라 불러봅니다. 천년만년도 사랑하기에 너무 짧다 생각하지만 그리움쯤이면 백년이 적당합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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