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 시인 / 공기들
집주인이 환한 방안의 불빛을 두드렸다. 공기 만 가득찬 방이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집주인은 꾸러미에서 누런 열쇠를 고른다. 열쇠를 구멍에 집어넣어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쪽방에서 노인이 웅크리고 앉아 꼼짝하지 않았다. 앉은뱅이 상 위에 있는 병에 물이 절반 고여 있었다. 아침 햇살에 물이 반짝이고 있었다. 집주인은 쪼그려 앉아 고개 숙인 노인을 보았다.
노인의 움직임이 고요해질 때 병 속 물은 울음을 참고 있었으리라. 천장에 매달려 있던 먼지가 수면에 떨어질 때 울컥, 컵 벽을 흔들어 보았으리라.
죽음이 완성된 저 창백한 조각상. 그림자가 생기기 전에 심장이 멈춰버린 노인을 햇살이 품어주고 있었다. 그때 작은 창에서 먼지가 웅성거리고 있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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