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미(曺容美) 시인 / 09시 09분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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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0일 9시 9분에서 10분 사이 60초 동안 나는 검은 바탕에 위아래로 배열된 휴대폰 꺼짐 화면의 평면에 나타난 몹시도 조형적인 아라비아 숫자를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순간을 영원이라 부르면 어떨까
천변엔 검게 마른 가막사리 열매가 찬바람을 맞으며 있고 진눈깨비가 스으스윽 지나가고 나는 갈대숲에 서 있고
09에서 10으로 숫자가 바뀌었다
생활은 아라비아 숫자와 겹쳐진다
눈은 자꾸 내려와 하늘은 먹빛이고
새의 커다란 날개 속에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삶이 계속되리라는 환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월간 『현대시』 2018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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