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시인 / 새와 나무와 웃음
스냅, 무수한 웃음을 저장해 놓고도 웃지 않아 그러면서 꺼내 보는 공깃돌처럼 같은 웃음 다른 웃음이 여러 장.
몸에 달라붙는 꽃무늬는 움직일 때 마다 피어나는 입술.
벽을 보면 붙이고 싶은 장면
나무와 새처럼 너를 새기며 내가 되는 그림자 위로 담쟁이 넝쿨이 돋아났다.
흰 셔츠는 갈등을 같이 느꼈다. 허전하면 왜 웃음이 나오죠. 새장에 넣은 새가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알아가는 미소.
새로 구입한 액자의 모임에서 불편을 넘어야 하는 식탁과 골목과 립스틱을 꺼낸다. 목소리만 웃는 동료를 이해하듯 팔이 아닌 무릎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저린 발을 몸속에 밀어 넣는 것처럼 얼룩에 진한 얼룩을 묻혀 사라진 무늬로 우리는 돌아가고 있다. 새라고 부르기 전의 나무 나무라고 부르기 전의 새.
너무 쉽게 선명해졌다가 희미해지는 관계처럼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어 보관하는 일을 반복한다. 나무들의 어둠이 백야를 방출한다.
계간 『포엠포엠』 201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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