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 시인 / 짓
어디서 이런 이름을 데려왔습니까. 뒷모습은 어두웠고 요약하자면 협주곡입니다.
바람의 사생아가 되어 떠돌고 싶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접질리는 발목은 발목의 입장입니다.
붓꽃과 제비꽃 구별법에 골몰하는 날이었습니다. 저린 발가락은 고양이가 물어 갔더군요. 관찰이 취향이라고요? 게으름이 태생이고 나태함은 옵션입니다.
총체적 고요라 여겨주면 좋겠습니다. 원색적인 말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건 보편적 방식이고요. 사사로이 남에게 개입하는 건 유쾌한 일입니다. 연구자가 그러더군요, 시험관에 넣으면 모든 것은 껍질을 벗는다고,
쪽빛과 다른 쪽빛에 관심을 두지 않기로 합니다. 제비꽃이든 붓꽃이든 알 필요 없습니다.
말라가는 날짜를 하나씩 지웁니다. 지워도 다음 날이면 살아나는 오늘, 오늘은 언제나 오늘로 존재합니다. 짝수가 되라 홀수가 되라 강요하지 마십시오. 누구에게나 도덕적 기준이란 게 있지 않겠습니까. 홀수를 선택하고 짝수를 배제하는 권리에 대해 말입니다.
덫에 걸린 오후가 무너집니다. 일찍이 본 적 있는 광경은 감흥이 없습니다. 제멋대로인 날씨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예보를 보면 금방 알아채거든요.
우는 것밖에 할 줄 모른다던 7월은 변덕이 심합니다. 숨어서 하는 일이 웃는 것이더군요. 훌쩍 자란 여름이 쯧쯧, 고개를 흔들고 있습니다.
계간 『문학과 사람』 2018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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