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과니 시인 / 펜촉 호르몬
타는 불 빨아먹는 피 숭배하는 부족은 입이 없다. 그럼에도 너덜의 나라에서 불리는 노랫가락의 음표가 된 자갈돌들.
그 악보 속에서 기름지고 윤기 나는 오선지에 합선돼 전깃줄에 발이 묶인 참새들 화려한 지절거림이 횡단보도의 흑백 건반 울리며 건너갈 때 이 도시의 얼굴은 귀만 달려 있다.
그래서 눈이 멀어 정시정각을 제대로 찌르지 못하는 시곗바늘. 때문에 태양의 출처도 모르는 맥박들, 공기들, 호흡들.
저 펄럭이는 눈빛들에 데였다. 돌이키다 급기야 달아오른 잉크의 혈압이 뿔 꼭대기를 친다.
각별하고 희귀한 곳으로부터 발화한 것이다. 타는 불
양식으로 일용하는 피에서 길어온 극치를 빈혈 백서(白書)에게 꼭 짚는 초점으로 수혈하는 펜촉.
그렇다. 하얘진 영토로 돌아온 화상火傷이 입이 없는 입술로 솟는 화산 빨아댄다.
계간 『시산맥』 2018년 겨울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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