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은 시인 / 우리는 공들여 슬프게
시멘트 계단에 앉아 강의 남쪽을 바라본다. 바빌론의 강둑처럼
세상의 반은 물고기, 반은 물이라고 당신은 말하지만 너무 많은 물고기는 차라리 재앙.
사랑하면 권태조차 믿지 않지.
이인용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 까르르 바퀴가 지나가는 길 사랑에 걸려 넘어져도 페달을 돌린다. 실패는 이렇게 어여쁜 기교를 선보인다.
코맹맹이 여가수는 다리 어디쯤에서 목을 맸다. 흔적은 물밑에서도 오래 살아남지. 내장을 파낸 물고기들이 뻐끔대고 있다. 썩은 부레에 가짜 진주알을 가득 담고서
강의 주름을 따라
우리가 공들여 노래를 부를 때 차들이 아래로 사라진다.
물고기를 먹고 난 당신이 출렁이는 게 보인다.
계간 『문학청춘』 2015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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