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영 시인 / 활주로
소음에 공손해야 한다. 활의 각도가 높을수록 소리가 커진다.
수만 번 엎드려야 바라볼 수 있는 길의 번호를 따라 화살은 날아가는 공중을 정한다.
바람의 천둥의 행간을 잡아당기는 것이 활의 본인가. 멈추어서 쏜다. 저 길의 변방을 향해서 깜박이는 정신을 향해서
내 손톱이 닳아서 저 꽃들이 핀다면 흔들리는 것에도 공손해야 한다.
눈이 눈썹까지 쌓이는 날, 저 미끄러지는 주로를 따라 화살이 난다. 곤두박질하다 다시 제자리에서 귀가 열리는 나는, 아직 넘어질 때가 아니다.
다시 아수라를 지나갈 것인가. 저 검은 몸을 딛고 날아가고 싶다.
딱 한 번은 눈썹을 밀고 공손해지고 싶다.
계간 『문예바다』 2018년 겨울호 발표
문정영 시인 / 空의,
풀잎에 놀란 눈이 있다,
변해야 한다고 잎들이 입의 고리를 물고 있는 처음 면면은 구르다 멈추는 성질이었다.
돌의 옆얼굴 나뭇잎의 눈물 웃음의 발톱 그릇 속의 바퀴소리 달리다가 멈춘 계단 숨소리에서 풀려나온 다른 숨소리들.
둥글어서 둥근 것이 아닌 공의, 속은 문자로 채워도 헛것이다. 깎여서 만들어진 질문을 보고 알았다.
잠든 지구를 돌리는 꿈에서 점점 내가 지워지고 있었다.
공의, 중심을 보여줄 때 내 몸의 모서리가 닳아 가는 중이었다.
그게 공의, 리듬이라는 것을 여직 네모였던 내가 알게 되는
계간 『시현실』 2018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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