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처 시인 / 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메트로놈처럼 똑딱거리던 그 많은 별들은 어디로 갔을까. 마름모꼴의 박자기 이제 아무도 태엽을 감지 않는다.
우리의 결별에 대해 낫과 망치와 나란히 펄럭이던 붉은 별에 대해 너는 무슨 변명을 하려는가.
보이는 세계 뒤의 보이지 않는 세계, 그 뒤의 또 다른 세계가 별의 세계라고 머릿속에 별이 가득한 사람 심장이 뚝딱거린다.
소나기 지나가며 먼지 냄새가 훅 끼친다. 쓰레기통의 어둠 속에서 불길한 냄새가 풍긴다.
먼지와 냄새는 과거, 별은 명백한 과거의 집적. 별을 사랑했다 별을 사랑했으므로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에 묶였다.
산책길에서 만난 개똥벌레가 유선을 그리며 숲속으로 사라진다
내 별은 추위에 떨며 한데 잠을 잔다. 물 위에 뜨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맥박처럼 똑딱거리던 그 많은 별들은 어디로 갔을까.
산기슭 개망초 군락이 바람에 일렁거린다. 절개지에서 인광이 번쩍거린다. 별은 사라진 한 무더기 미래, 유혹하고 침몰시킨다.
누가 휘파람을 길게 분다. 별자리가 출렁거린다.
작별이고 이별이며, 석별이고 멀고 긴 송별. 거울의 파편 속에서 거미가 줄을 쳐놓고 먹잇감을 기다린다.
술막처럼 번지는 거미집* 풀벌레 울음소리가 뚝, 그친다.
*오장환,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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