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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서영처 시인 / 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11.

서영처 시인 / 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메트로놈처럼 똑딱거리던 그 많은 별들은 어디로 갔을까.

마름모꼴의 박자기 이제 아무도 태엽을 감지 않는다.

 

우리의 결별에 대해

낫과 망치와 나란히 펄럭이던 붉은 별에 대해 너는 무슨 변명을 하려는가.

 

보이는 세계 뒤의 보이지 않는 세계, 그 뒤의 또 다른 세계가 별의 세계라고

머릿속에 별이 가득한 사람 심장이 뚝딱거린다.

 

소나기 지나가며 먼지 냄새가 훅 끼친다.

쓰레기통의 어둠 속에서 불길한 냄새가 풍긴다.

 

먼지와 냄새는 과거, 별은 명백한 과거의 집적.

별을 사랑했다 별을 사랑했으므로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에 묶였다.

 

산책길에서 만난 개똥벌레가 유선을 그리며 숲속으로 사라진다

 

내 별은 추위에 떨며 한데 잠을 잔다.

물 위에 뜨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맥박처럼 똑딱거리던 그 많은 별들은 어디로 갔을까.

 

산기슭 개망초 군락이 바람에 일렁거린다.

절개지에서 인광이 번쩍거린다.

별은 사라진 한 무더기 미래, 유혹하고 침몰시킨다.

 

누가 휘파람을 길게 분다.

별자리가 출렁거린다.

 

작별이고 이별이며, 석별이고 멀고 긴 송별.

거울의 파편 속에서 거미가 줄을 쳐놓고 먹잇감을 기다린다.

 

술막처럼 번지는 거미집*

풀벌레 울음소리가 뚝, 그친다.

 

*오장환,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2월호 발표

 


 

서영처 시인

경북 영천에서 출생. 경북대학교 음악과에서 바이올린 전공. 영남대학교 국문학 박사과정 졸업. 2003년 계간 《문학 . 판》에 〈돌멩이에 날개가 달려있다〉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피아노 악어』(열림원, 2006), 『말뚝에 묶인 피아노』(문학과지성사, 2015)와 산문집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노래의 시대』가 있음.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 현재 계명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