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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신 시인 / 곁을 주는 일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10.

문신 시인 / 곁을 주는 일

 

 

횟집 주방장이 칼날을 밀어 넣고 흰 살을 한 점씩 발라내고 있다.

무채 위에 흰 살이 한 점 얹히고 그 곁에 원래인 듯 흰 살 한 점이 또 얹힌다.

곁을 주는 일이 이렇다 할 것이다.

 

애초에 한 몸이었다가 홀연 등 떠밀린 것들

이만큼

살 부비고 싶어지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니 애인이여

우리 헤어져

둘이 되어도 좋을 일이다.

 

생살 찢는 아픔을 견디며 살이 살을 부르는 그 간절함으로

 

저만치서 오히려

꽉 채우는

그 먼 가까이를 곁이라 해도 좋을 일이다.

 

계간 『동안』 2016년 봄호 발표

 

 


 

문신 시인

1973년 전남 여수에서  출생. 1999년 전주대 국문학과 졸업.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작은 손〉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물가죽 북』(애지, 2008)이 있음. 웹진 『시인광정』 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