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시인 / 곁을 주는 일
횟집 주방장이 칼날을 밀어 넣고 흰 살을 한 점씩 발라내고 있다. 무채 위에 흰 살이 한 점 얹히고 그 곁에 원래인 듯 흰 살 한 점이 또 얹힌다. 곁을 주는 일이 이렇다 할 것이다.
애초에 한 몸이었다가 홀연 등 떠밀린 것들 이만큼 살 부비고 싶어지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니 애인이여 우리 헤어져 둘이 되어도 좋을 일이다.
생살 찢는 아픔을 견디며 살이 살을 부르는 그 간절함으로
저만치서 오히려 꽉 채우는 그 먼 가까이를 곁이라 해도 좋을 일이다.
계간 『동안』 2016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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