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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하림 시인 / 貧弱한 올페의 回想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12.

최하림 시인 / 貧弱한 올페의 回想

 

 

나무들이 日前의 폭풍처럼 흔들리고 있다

 

먼 들을 횡단하여 나의 精神은 不在의 손을 버리고

쌓여진 날이 비애처럼 젖어드는 쓰디쓴 理解의 속

퇴각하는 계단의 광선이 거울을 통과하며 시간을 부르며

바다의 脚線 아래로 빠져나가는

오늘도 외로운 發端인 우리

 

아아 무슨 根據로 물결을 출렁이며 아주 끝나거나 싸늘한 바다로

나아가고자 했을까 나아가고자 했을까

機械가 의식의 잠속을 우는 허다한 허다한 港口여

內部에 쌓인 슬픔을 수없이 작별하며 흘러가는 나여

이 雲霧 속, 찢겨진 屍身들이 걸린 침묵 아래서 나뭇잎처럼

토해 놓은 우리들은 오랜 붕괴의 부두를 내려가고

저 시간들, 배신들, 나무와 같이 심은 별

우리들의 소유인 이와 같은 것들이 肉體의 격렬한 通路를 지나서

 

不明의 아래아래로 퍼져 버리고

울부짖음처럼 눈발이 날리는 벌판의

차가운 가지 새에서

헤매임의 어휘에 걸려 나나히

무거운 팔을 흔들고

 

나의 가을을 잠재우라 흔적의 湖水여

지금은 물속의 봄, 가라앉은 고향의

말라들어가는 응시에서 핀

보라빛 꽃을 본다

 

나무가 물속처럼 커오르고

푸르디푸른 벽에 감금한 꽃잎은 져내려

분홍빛 몸을 감싸고

직모물의 무늬같이 不動으로 흐르는

기나긴 鐵柱를 빠져나와 우리들은 모두 떠오른다

 

旅人宿에서처럼 낯설게 임종한, 그 다음에 물이 흐르는 肉體여

아득히 다가와 주고 받으며 멀어져가는 비극의 시간은

西山에 희고 긴 비단을 입고 오고 있다

아주 장대하고 단순한 바다 위에서

아아 유리디체여!

(유리디체여 달빛이 흐르는 철판 위

人間의 땀이 어룽져 있는 건물 밖에는

달이 떠 있고 달빛이 기어들어와

파도소리를 내는 철판 위

빛낡은 감탄사를 손에 들고 어두운

얼굴의 목이 달을 보면서 서 있다)

 

푸르디푸른 絃을 律法의 칼날 위에 세우라

소리들이 떨어지면서 빠져나가는 매혹하는 음절로 칠지라도

너는 멀리 故鄕을 떠나서 긴 팔굽만을 슬퍼하라

들어가라 들어가라 계량하지 못하는 조직 속

밑푸른 심연 끝에 사건이 매달리고

붉은 황혼이 다가오면 우리들의 結句도 내려지리라

 

아무런 이유도 놓여 있지 않은 空虛 속으로

 어느 날 아이들이 쌓아올린 언어

휘엉휘엉한 철교에서는 달빛이 상처를 만들며 쏟아지고

때없이 달빛이 걸린 거기

 

나는 내 正體의 知慧를 흔든다.

 

들어가라 들어가라 下體를 나부끼며

海岸의 아이들이 무심히 선 바닷속으로

 

막막한 江岸을 흘러와 쌓인 死兒의 場所. 몇 겹의 죽음.

장마철마다 떠내려온, 노래를 잃어버린 신의 항구를 지나서.

 

유리를 통과한 투명한 漂流物 앞에서 交尾期의 魚類들이 듣는 파도소리

익사한 아이들의 꿈

 

기계가 창으로 모든 노래를 유괴해간 지금은 무엇이 남아 눈을 뜰까

 

……下體를 나부끼며 海岸의 아이들이 무심히 선 바다 속에서.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최하림[崔夏林,1939.3.7 ~ 2010,4.22]  시인

1939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貧弱한 올페의 回想〉이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우리들을 위하여』,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풍경 뒤의 풍경』,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와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햇볕 사이로 한 의자가』, 판화 시선집 『겨울꽃』, 자선 시집『침묵의 빛』 그리고 시전집 『최하림 시 전집』 등이 있음 그 밖에 미술 산문집 『한국인의 멋』, 김수영 평전『자유인의 초상』과 수필집 『숲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 문학산책 『시인을 찾아서』 등을 펴냄. 제11회 이산문학상,

제5회 현대불교문학상, 제2회 올해의 예술상 문학 부분 최우수상 수상. 전남일보 논설위원, 서울예술대학 교수 역임. 2010년 간암으로 他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