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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분홍 시인 / 중이염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12.

김분홍 시인 / 중이염

 

 

어느 기지국 이야기일까.

연필에

붕대를 감아 놓으면

면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상대의 말 펀치를 막아내기엔 어휘력이 부족하다.

 

달팽이관에 출입문이 닫혔다는

의사의 처방전에 폭설이 내렸다.

그는 내가 면봉을 들고 있으면 오른쪽 귀를 후벼 팠고, 면봉을 들 고 있지 않으면 왼쪽 귀를 후벼 팠다.

 

새로운 말을 실어 나르는 면봉, 헌 면봉을 새 면봉으로 교체해주지 못해도

면봉이 실어 나르는 적설량은 줄지 않았다.

지퍼 백에 냉동했던 나의 난청이 해동되면서 사이렌 소리가 사라졌다.

 

내가 체크무늬 셔츠에서 오목을 두는 동안, 면봉 없는 아침은 굴러온다.

그는 아침을 후비다가 청력을 부러뜨렸다.

 

계간 『시현실』 2018년 겨울호 발표

 


 

김분홍 시인

충남 천안에서 출생.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