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천 시인 / 그늘의 미학
모네의 정원에 달이 푸르다. 물상에 드리운 달그림자 뽀글뽀글 물방울이 밀어 올리는 속삭임 공중에 궁륭을 이루다 다시 중심에 돌아와 앉는다.
존재를 드러내는 모든 형체는 산알이다. 무드라다, 인디오의 춤사위다.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둥근 윤곽 천 길 그늘 아래서 들리는 무한 천공의 소리.
그늘은 수태의 묘궁이다. 수면아래 알들의 수런거림 둥근 사리 한 방울 수련 잎에 올라앉는다. 무엇이 되기도 전 사라저간 것들이 눈 뜨는 시간. 어깨 위에 드리우는 달의 노래에 부푸는 수련 봉오리.
그늘 벗어나 활짝 웃는 네 얼굴에 입 맞추는 한낮.
계간 『시향』 2018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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