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시인 / 전깃줄과 까마귀
까마귀들이 앉아있다 바닷속 미역처럼
할머니가 돌을 던져 쫓아내던 까마귀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전깃줄 축 늘어지도록 일렬로 주욱
쫓아내던 악령(惡靈)처럼 질긴 고무줄처럼
조혜경 시인 / 책
종아리 가는 아이가 뛰어갔다 맨드라미 속에 빨갛게 담뱃불이 폈다 하루종일 비가 내려 장화는 집에서 놀았다 심장을 꺼냈다 넣었다 금요일이 왔다 영화관 앞에서 오천 원을 줍던 사람이 잘생겨보였다 분홍색 시집이 발간되던 날 까만 가수가 다녀갔다 뉴욕이야기를 쓰고 싶어 베를린 행 티켓을 샀다
뉴욕이야기를 태워 난로를 피운다 베를린에서 까만 가수가 노래한다 핑크핑크 지우개 오천원어치 영화를 본다 여자가 의자 위에 올라 목에 끈을 아이들이 찌그러진 공을 찬다 비가 내려 비를 맞자 우리는 맨드라미 캔디 없나요? 캄캄 불을 끈 거리를 종아리 가는 아이가 뛰어간다 아무래도 이곳은 읽었던 것 같아
-시집 『그 오렌지만이 유일한 빛이었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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