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자 시인 / 소라 가옥
소라껍데기 주렁주렁 수천 개 집을 지었다네
소라의 집을 찾아드는 쭈꾸미 아름다운 빈집을 누가 마다하리
지옥으로 가는 길인 줄 모르고 시커먼 길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용감한 의심 없이 몸을 디미는 선량한 몸짓 보소
파도도 묵인하는 상한 길 참담한 눈빛이 소라 저 깊은 가슴 속에 흔들리고 있을까 삶의 무게가 중력만큼이나 끈적하다
혼자 살 집을 구하느라 이리저리 헤매다가 고독한 생의 모퉁이에서 잠시 한눈팔다가 아름다운 빈집 하나 발견하고는 냄새 맡고 재빨리 입주하네
돌아나갈 길 없는 일방통행로, 소라의 집 입주 집을 점거하는 순간 치사량의 행복이 소라 가옥에 맴도네
가눌 길 없는 무거운 손아귀 쭈꾸미의 발이 묶여 끝내 무덤이 될 아름다운 집
몽산포에는 쭈꾸미의 블랙홀 소라 가옥이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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