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주 시인 / 바람의 여울목 바람의 여울목 한가운데 서 있다 바람은 여울처럼, 빠르고 급하게 흐른다 바람을 만지는 손, 물갈퀴가 나오려는지 간질간질하다 바짓단 무릎까지 걷고 있으면 흰 종아리를 스쳐 콸콸, 세차게 흘러가는 바람 몸이 휘청거린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버틴다 허공에 마음의 투망 멀 리 멀리 던진다 이국의 낯선 내음 꽃향기들 새소리들 헤엄치다 그물에 걸린다 펄떡펄떡 살아 움직인다 휘돌아 가는 바람 속에서 얼핏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리움 한 마리 지느러미가 크다
-시집 『내일 헤어진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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