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신형주 시인 / 바람의 여울목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6.

신형주 시인 / 바람의 여울목

바람의 여울목 한가운데 서 있다

바람은 여울처럼, 빠르고 급하게 흐른다

바람을 만지는 손, 물갈퀴가 나오려는지 간질간질하다

바짓단 무릎까지 걷고 있으면 흰 종아리를 스쳐 콸콸,

세차게 흘러가는 바람

몸이 휘청거린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버틴다

허공에 마음의 투망 멀

리 멀리 던진다

이국의 낯선 내음

꽃향기들

새소리들

헤엄치다

그물에 걸린다

펄떡펄떡 살아 움직인다

휘돌아 가는 바람 속에서 얼핏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리움 한 마리

지느러미가 크다

 

-시집 『내일 헤어진 사람』에서

 

 


 

신형주 시인

경기도 수원 출생. 수원여대 간호과 졸업. 2010년 계간 《시에》로 등단.  2017년 시집 『젬피』 『내일 헤어진 사람』 출간.  2010년 마로니에 백일장 우수상 수상. 2022년 경기문화재단 지원금 공모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