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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희안 시인 / 냄새의 근력 외 2건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6.

강희안 시인 / 냄새의 근력

 

 

 아버지 냄새는 저항의 힘이 세다 일본의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딸들은 아버지 냄새를 밀어낸다 여성의 경우 젊으면서 유전자와 먼 남성일수록 달디단 페로몬 향기에 취한다 남동생 또한 자신의 친누나와는 사뭇 다른 취향의 여성이나 성격에 끌린다 한국 최고 미인의 상징인 김태희 동생 이완까지 누나를 멀리한단다

 가까울수록 멀리 근친의 법을 일깨운 몸의 냄새와 멀리 떨어져 그리운 어머니의 냄새에 따라 도덕의 입법자인 인간은 결코 도가 지나치지 않는 위대한 사상을 낳았던 것이다

 

 


 

 

강희안 시인 / 분리배출과 분리수거의 차이

 

 

 분리배출을 분리수거라 부르는 건 정부적이다 상처한 일을 상처받았다고 통일한 말과 같다 정부의 입장에서 모든 관계는 불륜으로 치부된다 그들이 치부한 재산도 그녀의 은밀한 사생활과 관련이 깊다 기둥에 사슬을 건 그네도 뒷배의 도움을 받았다는 풍문이 돌았다 힘껏 밀어주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정직한 이마 깨지기 십상이다 분리수거를 분리배출로 바로잡는 것은 민주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인민과 시민을 분리하고픈 반정부적 통증이 수반된다 사적인 루머를 야기한 무리의 머리가 물의를 빚는 사건도 터졌다 정부의 결정은 자신의 복음과 소금을 추출할 때 빛나는 법이다 그들이 사랑에 대해 독재적이라면 시민은 증오에 관해 독자적이다 분리수거와 분리배출을 통용하는 것은 무정부적인 발상이다

 

 


 

 

강희안 시인 / 비타민C에 관한 오해와 편견

 

 

 비타민C가 시다는 오해는 C에서 비롯되었다 비타민C는 레몬보다 유자에 3배 가량 많다 시다는 맛과 쉬다는 말은 동의어로 간주된다 시가 시인 것은 비타민 A보다 상큼하기 때문이다 시의 씨는 다른 씨와는 달리 C의 형상이 풍부하다 흔히 시다는 주방장의 허드렛일을 도맡는다 비타민 씨가 붉은 과일에 많다는 것도 소문에 불과하다 브로콜리란 야채에 2배 정도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고 저것이 달다면 비타민 C는 소설이자 칼럼이다 비타민이 시라는 편견은 C에서 말미암았다는 견해도 있다 비타민B도 시린 만큼 젖산이 된 기억도 있다 그간의 풍문에 따르면 비타민 씨의 눈은 편견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강희안 시인

1965년 대전에서 출생. 배재대 국문과 졸업 및 한남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물고기 강의실』 등과 논저로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새로운 현대시작법』  등과 이밖에 공저로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문학의 논리와 실제』 『유쾌한 시학 강의』와 편저로 『한국 시의 전당 헌정시 100선집』 등이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 위원 및 배재대학교 교양교육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