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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정순 시인 / 엄마와 봄비 외 1건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12.

이정순 시인 / 엄마와 봄비

 

 

죽을만큼 아팠던 엄마

목소리가 봄비처럼 희미하다

가끔은 연습 없는 이별을 떠올리다

낡은 젖무덤이 흐느끼는 꿈을 꾸면

밤새 머리가 하얗게 샌 목련 한 그루

훌쩍이는 콧물로 달랑 한 줄

썼다 지워진 편지처럼

붉게 구겨진 꽃잎, 발끝에 채이는

봄날이 휘적휘적 갈겨져 있다

 

 


 

 

이정순 시인 / 억새꽃

 

 

잃어버린 계절을

찾아 나선다

까치발로 서 있는 그녀

구름 안고 일렁이다

굽어버린 속마음

하루, 이틀, 사흘....

 

지나던 바람

넌지시

손 한번 잡아주니

마음속 고여있던 슬픔이

솜털처럼 흩날리기 시작한다

 

 


 

이정순 시인

강원도 양양에서 출생. 청주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2006년 《문학시대》 신인상을 통해 등단. 국제 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집으로 『아버지의 휠체어』, 『빗장을 열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