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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경민 시인 / 붉은 십자가의 묘지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14.

김경민 시인 / 붉은 십자가의 묘지

 

 

어두운 경인 고속도로 달려가면

먼 데 벌판 가득히 빛나는

교회 첨탑 위의 붉은 십자가

차 안의 사람들 반은 졸고

반쯤 죽은 사람들 얼굴 위에

무덤처럼 즐비하게 떠오르는

붉은 십자가의 교회

어딘가 제 정처를 향해

달려가는 버스 양편 어둠에서

일정하게 다가와 이내 스쳐가는

저 빈혈의 가등 사이로

쇠사슬과도 같이 버스와 나를 끌고

세상이란 거대한 묘지를 향해

달려가는 붉은 십자가의 무덤

 

 


 

김경민 시인

1954년 서울 출생. 부산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0년 <한국문학>에 '어둠의 집' '회전' '계단위의 폐허'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 시집 <성 모독> <붉은 십자가의 묘지> 1998년. 한국시문화회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