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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영광 시인 / 로보캅

by 파스칼바이런 2023. 6. 2.

이영광 시인 / 로보캅

 

 

로보캅은 달려간다

로보캅 속에 누가

들어 있다

로보캅은 사람 같다

사람이다

 

로보캅 슈트 속의

누가 달려간다

로보캅과 사람이

달려간다

로보캅과 내가

달려간다

 

어느 벌판의 짐승도

그렇게 달리지 않고

어느 하늘의 새도

그렇게 날지 않는다

어느 구멍 속 벌레도

그렇게 기지 않는데,

 

슈트를 뒤집어쓰고

로보캅이 달려간다

내가 달려간다

피 흘리며 생각하는

인간이 달려간다

 

계간 『시로여는 세상 2023년 봄호 발표

 

 


 

이영광 시인

1967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고려대 영문과 및 同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빙폭〉 외 9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 『그늘과 사귀다』 『아픈 천국』 『나무는 간다』 『끝없는 사람』 『래를 오래 바라보았다』가 있음. 2008년 제8회 노작문학상, 2011년 제11회 지훈상, 2011년 미당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