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 이후 나고음 시인
서리 맞아 달고 부드러운 대봉감이 당도한 날 온 집에 불을 켠 것 같았다
한 알 한 알 햇볕에 잘 익기를 기다리며 거실 장 위에 두 줄로 세워 놓고 4박5일, 그 많은 불들을 끄지도 않고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빈 집에 감들의 온기가 가득하다
심줄 박힌 단단하던 속내가 여리게 되면서 껍질에 없던 얼룩이 자리 잡기도 하고 군살이 빠졌는지 조금은 홀쪽해지면서 주황색 감이 진홍 감으로 숙성되어 있다
부글부글 부어서 떫은 채 나갔다가 조금은 삭고 물러져 욕심도 군살도 빠진 여행에서 돌아 온 나의 모습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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