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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현미 시인 / 오래된 기도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7.

오래된 기도

강현미 시인

 

 

        전철역 사거리 분식집

        칠 년째 김밥만 싸는 중년 여인

        우르르 몰려드는 발걸음에 손길이 바빠지는데

        덜컹, 열차 소리도 함께 넣는다

         

        김밥을 마는 시간은 아들을 생각하는 시간

        달걀 오이 단무지 햄 우엉

        툭, 도드라지지 말고 어우러져

        살아가라고 둥글게 만다

        김밥을 먹다가 목이 메면 어묵 국물을 마시듯

        버팀목이었던 시간을 지나

        어느새, 김밥 달인이 된 어머니

        품을 떠난 자식이

        김밥 옆구리 터지듯 살지 말라고 정성을 다한다

         

        김밥 싸다가 시나브로 늙은 어머니

        어머니에게 김밥 마는 일은 오래된 기도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강현미 시인

2017년 ≪시현실≫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