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도 강현미 시인
전철역 사거리 분식집 칠 년째 김밥만 싸는 중년 여인 우르르 몰려드는 발걸음에 손길이 바빠지는데 덜컹, 열차 소리도 함께 넣는다
김밥을 마는 시간은 아들을 생각하는 시간 달걀 오이 단무지 햄 우엉 툭, 도드라지지 말고 어우러져 살아가라고 둥글게 만다 김밥을 먹다가 목이 메면 어묵 국물을 마시듯 버팀목이었던 시간을 지나 어느새, 김밥 달인이 된 어머니 품을 떠난 자식이 김밥 옆구리 터지듯 살지 말라고 정성을 다한다
김밥 싸다가 시나브로 늙은 어머니 어머니에게 김밥 마는 일은 오래된 기도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류인서 시인 / 거미줄 2 (0) | 2019.03.08 |
---|---|
이규리 시인 / 모래시계 (0) | 2019.03.07 |
황려시 시인 / 모월, 모시 (0) | 2019.03.07 |
김은옥 시인 / 죽음으로 향하는 말도 있다 외 5편 (0) | 2019.03.06 |
려원 시인 / 프렉탈, 프렉탈 (0) | 2019.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