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류인서 시인 / 거미줄 2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8.

류인서 시인 / 거미줄 2

 

 

        골목을 공기우물이라 부르는 마을이었다

        골목을 무한꽃차례라 부르는 창문이었다

         

        이슬을 모으는 사유지의 우편낭

        나무가 없는 들판으로 도착하는 나비들

         

        골목은 골목에서

        간신히 놀고 있네

        소실점을 얼굴에 둔 그림처럼 눈동자 안으로

        흔들리며 걸어가는 골목들

         

        빈방에 저를 가두고 굳이 빠져나오려않는 생활이 있다

        ㅡ열어줘,

        흐름 속으로 달아날 수 있게,

         

        내다보면

        가까이에 마른 꽃화분을 든 이가 서 있었다

         

        어두워지는 우물천장을 열어

        상승기류를 타고 멀어지는 새들이 있었다

 

월간 『태백』 2017년 10월호 발표

 


 

류인서 시인

2001년 계간 《시와 시학》에 〈꽃 진 자리〉 등  여섯 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에는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창작과비평, 2005)와 『여우』(문학동네, 2009), 『신호대기』(문학과지성사, 2013)가 있음. 2009년 제6회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2010년 제11회 청마문학상 신인상, 2013년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신혜 시인 / 누에고치  (0) 2019.03.09
천수호 시인 / 회귀선 외 1  (0) 2019.03.09
김려원 시인 / 식물성 단어  (0) 2019.03.08
권순해 시인 / 개심사  (0) 2019.03.08
이규리 시인 / 모래시계  (0) 2019.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