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 권순해 시인
계곡이 소리를 닫고 칩거에 드네 새들도 날개를 접고 묵언 중이네
해우소 옆 단풍나무 잎은 제 마지막을 태우며 불온한 문장들 지우고 있네
옷을 벗은 배롱나무는 연못에 비친 저를 깊이 들여다보네
나무에 걸린 구름을 배경으로 쑥스러운 웃음을 주고받으며 잠깐 붉어지는 사람들
나는 지문이 닳아버린 손가락으로 나무의 맨살을 더듬는데 뭉클, 손끝에 닿는 아직 지지 않은 꽃들
저 붉음에도 광기가 스며 있는지 온 몸으로 번지기 시작하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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