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鄭誌友) 시인 / 레밍들
우리는 긴 밤을 행진하고 있다 무리란 얼마만큼의 길이인가 앞, 뒤란 어떤 길이의 중간을 보유한 길이인가 어떤 길이의 요구사항들이 최대치로 몸을 늘리는 일인가
앞서가는 마음이 휴식을 지나친다. 산맥엔 함께라는 말과 흩어진다는 말이 잠복해 있다 끌고 가는 것과 끌려가는 의구심을 잘라내고 높은 망루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며 배낭 안에서 빵 부스러기를 모으는 손
대부분 혁명 직후 선로가 놓이고 굴속을 통과하는 조건들이 차창처럼 붙었다 밤을 이어 붙여 통과하던 눈(目) 달리면서 붙고 달리면서 떼어 내던 멀어지는 소실점을 보며 가고 있음에 안도했던 날들
슬픔은 끌린다 젊은이들은 더 서럽다 과장된 모험처럼 모여드는 소년들 아우성을 찢고 현실을 벗어나려는 관성이다 눈물은 어떤 말보다 끈끈한 길이를 만들어낸다
보이지 않은 목적지 쓰러진 사람을 넘어서 한 사람이 보인다고 소리친다 최대한 절망했던 너머에 전설적인 인물이 있다 별에 휩싸인 외성(外城)의 끝을 증명한다는 것
유령처럼 긴 행렬이 앞 사람의 발자취를 향했다 채취된 화석은 낙오자를 지우고 함께 라는 말에 묶여 거대한 철망을 만들 듯 뼈를 부러뜨리며 열망하는 장면을 응시한다
계간 『작가와 사회』201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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